일상 이야기

친정엄마가 아빠에게로 간지 5년

블루네비 2025. 6. 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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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딸로 태어난 엄마는 1941년생, 국문과를 나온 초등학교 교사였습니다.
2남 4녀 중 셋째 딸인 엄마. 두 언니가 성장할 땐 집도 잘 살았다고 하는데 엄마는 별로 모르겠다고^^
엄마가 대학교 다닐 때 두 언니는 시집가고, 오빠는 군대 제대 후 외숙모와 열애중였고, 엄마는 대학 졸업 후 실질적 가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아래 동생에게 공부하라 해 둘째 외삼촌도 건축학과를 나오셨습니다. ㅋㅋㅋ 막내이모는 공부를 안 하더라며...
시댁(나의 할아버지)에선 돈 벌어 친정 다 갖다 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하셨다지만 엄마를 끔찍이 사랑하신 아빠.
친구 결혼식장에서 엄마를 본 아빠가 따라다녀 결혼 성공. 외할머니께서 아빠를 엄청 맘에 들어하셨다고 합니다.

엄마와의 마지막 목욕 한 날.

엄마는 79세에 "암" 진단을 받으셨고,
수술하자는 의견에 수술도 했지만 막상 개복해 보니 너무 넓게 퍼져 있어 그냥 고생만 하신 케이스.
1년을 고생하시고 가셨지만 3남매에겐 사랑 가득 남겨 주셨습니다.

남자 3. 이 전화했다고 남겨 놓으신 문자.

남자 3. 은 대학 1학년때 큰 교통사고를 당했었는데 무슨 일인지 그 학교가 너무 가기 싫다며  군생활중 다시 수시접수를 하고 합격통지를 받았습니다. 입학을 축하한다며 메모를^^ 남겨 놓으셨습니다.
제대 후 보자시 더니 마지막 휴가 와서 인사드리고 6일 후 ㅠ ㅠ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코로나였지만 매일 방문하는 남동생.
병실을 옮기고, 간병인을 따로 구했습니다.

1월 1일 그 필체는 어디 가고....
체중이 36.3kg까지 빠지셨습니다. 엄마의 마지막 메모
엄마는 그렇게 6월 6일 새벽 3시 20분 아빠 곁으로 가셨습니다.
멀리 사는, 직장 다니는 이 딸은 늘 금요일 퇴근 후 올라갔었는데 돌아가시는 그날은 내 몸이 안 좋아 다음 주에 가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통화가 짧게 "정아야, 엄마가 좀 힘들어." 그렇게 퇴근하면서 건 짧은 통화가 마지막이었습니다.

내 생일이 7월 2일.
엄마는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5월) 제게 마지막 선물을 주셨습니다.
"엄마, 내 생일 아직 멀었는데?"라고 했더니 "생각날 때 줄게~" 하시던 엄마.

엄마의 봉투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남동생은 제사음식을 장만할 때 꼭 따로 우리가 먹을 판교에서 유명 한 맛집을 찾아 음식을 따로 준비하는데
이번엔 제가 LA갈비 재워 가겠다고 했습니다. 늘 명절에 시댁만 준비해 갔었는데 올해 큰아버지께도 만들어 가고 나니
동생들이 생각나는 겁니다. 올해는 올케도 교육일정이 잡혀 늦게 퇴근한다고 하니 제사 외 먹거리는 내가.
ㅎㅎㅎ 물론 저도 퇴근해서 올라 가는 거지만 오늘 갈비 사서 재워 놓고 내일 가져가려 합니다. 잡채도 만들어 가고 싶지만 도저히 시간이 안될 것 같고 갈비야 하루 재워둬도 되니.
며느리도 남자 3. 도 3교대 직장이라 못 오고 우리 집은 남자 2. 와 저만 참석하는 걸로.
언제까지 제사를 지낼지는 모르겠지만 딸들은 동생의견에 무조건 따릅니다. 제사비? 물론 각자 성의껏.
늘 아무것도 해오지 않아도 된다며 혼자 준비하는 올케.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