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이야기

이사.... 막을 내릴때!

블루네비 2018. 1. 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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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2학년 가을. 여고동창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한참 뽈뽈 거리며 다니던 그시절,

대학교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와 자주 영화도 보고 그렇게 잘 다니던 어느날, 소개팅을 하지 않겠냐고 불쑥 말을 합니다.

남사친, 여사친이 많은 나는 그냥 웃으며 피곤해서 싫다는둥 핑계를 댔지만 왠일인지 그친구가 계속 조르는 겁니다.(나중에 알고보니 남자1이 함께 지나가던 날 보고 집요하게 조른듯)

결국 친구의 정성을 생각해서 한번 만나주기로^^

첫만남? ㅋㅋ 주위에 멋진 남사친이 많은데 눈에 들어 왔을까요?

두번째, 세번째 만남도 그친구가 조르고 졸라서 봤드랬죠.

(누가 이렇게 결혼해서 24년이나 같이 살며 25년을 얘기 하는줄 알았나요^^)

아직도 남자1은 아내와 어떻게 만났냐고 물으면 "길에서 주웠어요." 라고 말을 합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한남자를 만났고, 만 4년이 넘는 동안의 남자1의 정성으로

결혼을 했지요. 직장이라고는 모르고, 돈이라고도 모르며...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하고 바로....

 

그렇게 고생이 시작 되었습니다.

남자1 가정이 상상초월 힘들게 사셨고,

과일 하나 제대로 못사먹는 내 신혼시절.(남자 26살 경제력이 얼마나 있을까요.)

지금생각하면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수고 했다고.

 

그렇게 그렇게 이사를 수도없이 하고...

사랑으로만 살던 11년이 지나고,

서서히 제가 사회에 눈을 뜨기 시작한거죠.

마침 서울에서 여동생과 같은 아파트에 살게되어 6살 남자3을 맡기고 시간제 대학강사일을 시작합니다.

그시절엔 여자가 대학원을 나오고 자격증을 많이 가진 여자가 별로 없었는지,

서울이 넓어서 인지 대학강의와 문화센타 강의가 들어왔고,

저는 그 기회를 잡았습니다.

 

약간 무리해서 작은 아파트도 하나 사고...

 

그렇게 잘 나가던시절, 남자1은 또 발령이 났다고 말을 합니다.

3년만 더 따라다니자고. 이남자, 말끝마다 사랑을 붙입니다.

남자3도 아직 어려 아빠의 사랑이 필요할것 같고, 곧 다시 서울 오리라 생각하며 전세를 주고 서울을 떠나 옵니다.

뭐든 다 계획대로 되나요? 2년마다 발령으로 저는 끝도 없이 이남자를 따라 이삿짐을 쌉니다. 급기야 시아버님의 뇌종양판정. 남편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순간 입니다.  2년 가까이 대전에서 대구로 일주일에 3번도 들락달락... 남자1은 말합니다. 후회는 없다고...

 

그래도 남자1은 고맙게도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가장의 자리를 잘 지켜줍니다.

문제는 돈...

재주 많은 사람이 고생 한다고(남자2는 기숙사고등학교에 중학생이된 남자3이기에) 다시 직장을 찾습니다.

저는 일 할 팔자 인지 원서만 내면 오랍니다. ㅜ ㅜ

 

참 이상한건 그때부터 남자1과 자꾸 싸웠다는것입니다.

늘 집에서 따뜻한 밥을 해 놓고 아이만 보던 제가 12시간(아침 8시~저녁8시) 일을 하다보니 집에만 가면 다늦은 시간(밤9시가 되어서야) 저녁을 하게 되고

씻고 골아 떨어지니 남자1이 보기에 기가 찼나 봅니다.

무조건 직장 다니지 마라고. 다른 주위의 아내들은 다 그렇게 잘 사는데 왜 너만 별나게 구냐고.

 

그렇게 세월이 또 가고.....

이사를 그렇게 다니고.....

이젠 정착을.....

 

남자1도 당당하게, 남자2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남자3도 올해 대학 입학을 두고 있습니다.

 

다음주면 완전히 짐을 빼게 될 계룡시 집을 뒤로 한채 오늘 출근하던 나...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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