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인 남자 1은 내가 퇴근을 하고 저녁식사를 차리는데
피아노학원에서 막 돌아오더니
이것부터 보라며 얼굴이 상기되어 말합니다.
본인이 비디오를 찍었는데 한 번에 성공했다고.
6개월의 결과물이라며...
ㅋㅋㅋㅋ
아마 아들이었으면 내가 엄청 궁디팡팡 많이 해 줬을 텐데....^^
퇴직 후 3개 중 2개를 이루었다는 남자 1.
하나는 뭐였지? 왜 기억이 안 나지?
여튼 피아노 1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과
아직 못 이룬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솔직히 엄마인 나는 3개월도 안 남은 남자 2의 결혼식이 내 맘속엔 우선인데
(물론 제가 하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워낙 본인이 알아서 잘하는 남자 2라 아파트 전세자금만 일부 더 주기만 하면)
남자 1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잘 걷고 올지 그것만 걱정하는 듯합니다.
매일 퇴근하면 순례길 유튜브가 틀어져 있으니.
옆에서 보는 남자 1은 참 다행이다 싶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산티아고 길을 가겠다고 매일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레슨 없는 날도 혼자 피아노 치러 매일 가고 1곡 완주 후 또 다른 곡 준비를.
다음곡으로 "박효신-눈의 꽃"을 치고 싶다고 하니 원장이 파일에 복사해서 선물 줬다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조금 아쉬운 건....
남자 1은 아직 제가 그렇게 소중한 사람인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워낙 저는 뭐든 혼자서 잘하는 스타일이라.
남자 1은 의외로 소심하고 겁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입니다.
본인이 800km를 잘 걸을 수 있을지 걱정하길래
천천히 느끼며 걷고, 남들처럼 못 걸어 늦어지면 돌아오는 비행기표 뒤로 미루라 했습니다.
빨리 못 걸어 알베르게 없으면 호텔 가서 자라고.
만약 저 혼자 여행 간다면?
남자 1은 절대 나처럼 말해주진 않을 것 같습니다.
여자 혼자? 미친? 돈 많구나? 이런 눈으로 본다에 80%
친정엄마 제사가 6월 5일인데 남자 1은 제삿날은 신경도 안 쓰고 여행날을 잡았습니다.
내 정서엔 안 맞지만 전 남자 1의 삶을 존중하니 이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합니다.
나는 내 삶을, 남자 1은 남자 1의 삶을.
내가 생각하는 부부는,
"같은 곳을 보며 함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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